처음엔 그냥 잠깐 쓰고 말 생각이었다.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상황도 아니고, 그날따라 지갑도 잃어버려서 카드도 없고 현금도 없었다. 친구랑 약속은 잡혀 있었고 밥값이나 커피값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, 그때 우연히 보게 된 게 ‘휴대폰 소액결제’였다. 누가 봐도 광고 같긴 했는데, 평소엔 그냥 넘기던 걸 그날따라 클릭하게 됐다. 그렇게 처음 시작했다.
앱을 통해 몇 천 원 정도 결제를 해봤는데, 이게 생각보다 너무 쉽게 되는 거다. 본인인증만 거치면 결제가 완료되고, 다음 달 휴대폰 요금에 합산되어 나간다는 시스템. 복잡한 서류도 없고,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.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. 처음엔 5천 원, 그다음엔 만 원, 그렇게 매번 금액이 커졌다. 나도 모르게 ‘조금만 더’라는 생각이 쌓이면서 결국 한 달 사이에 30만 원 가까이 결제가 되어 있었다.
웃긴 건 그걸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. 소액결제라는 이름답게 너무 작게 나눠지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모른다. 앱 결제, 콘텐츠 구매, 게임 캐시, 심지어 정보이용료까지. 알고 보니 내가 의도하지 않은 자동결제도 있었고, 중복 결제도 있더라. 처음엔 내 실수라고 생각했다. 하지만 차근차근 내역을 살펴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.
고객센터에 전화도 해보고, 통신사에 항의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. ‘이용자 동의에 의해 진행된 결제’라는 말뿐. 차라리 어디서 누구한테 돈을 빌렸다면 누굴 원망이라도 하겠는데, 이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감도 안 왔다.
그때부터 관련 커뮤니티나 후기들을 뒤져봤다. 나 같은 사람 정말 많았다. 다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가 나중에 수십만 원, 심지어 백만 원 넘게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. 더 심한 건 이런 결제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준다는 글도 있었고, 통신사 이용 정지까지 간 사례도 봤다.
지금은 모든 소액결제 기능을 막아놨다. 통신사 앱 들어가서 소액결제 차단을 직접 신청했다. 그리고 내가 썼던 서비스 하나하나 다 고객센터 통해 환불 요청도 넣었고, 몇 건은 받아냈다. 아쉽게도 일부는 환불이 안 된다더라.
지금 생각해보면, 휴대폰 소액결제는 말 그대로 ‘쉽게 돈을 쓰게 만드는 구조’다. 그리고 그 쉬움은 결국 책임도 같이 따라온다. 내가 직접 쓴 돈인데도, 정작 나중엔 어디다 썼는지도 기억 못 한다면 이건 분명 문제 있는 시스템이다.
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소액결제를 고민 중이라면, 그냥 조용히 통신사 앱 들어가서 ‘소액결제 차단’부터 눌러두는 걸 추천한다. 그게 나중에 한숨 쉬는 일 줄이는 첫걸음이다.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 되지 않길 바란다.